떠나고 싶어질 때
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
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
모를 때면 벗어나고 싶습니다.
빈 몸으로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.
모르는 사람들, 낯선 풍경들 속에
들어가 이방인처럼 떠들고 싶습니다.
-도종환의 《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》 중에서 -
내 의지가 없이 사람들 틈에서
밀물과 썰물처럼 우르르 몰려 다닐 때나
이것저것 너무 많은 계획들로
달력의 날짜에 새카맣게
동그라미쳐져 있는 것을 볼 때면
문득,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
자신에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.
그럴때면, 훌쩍 지금 현지를 벗어나
여행을 하거나 관계들을 잠시 접으며
홀로 집에 있어보면 객관적으로
나의 현주소와 관계들을 볼 수 있고
질서를 찾으며 진정 무얼 먼저 해야 하고
나중에 해야 할 것인지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져서
머리와 가슴이 비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.
가을나무들이 주는 지혜를 읽어내는 것
또한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요.